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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력과 도덕성
번호 53 작성자 한국PR협회 작성일 2012-07-19
조회수 2772
<이 글은 KOREAPR.review 61호 권두제언란에 홍보전문지 KOREAPR.review 발행인 겸 편집인인 심인 사무총장이 기고한 글입니다. 많은 참조바랍니다.>

소통력과 도덕성

옛 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身言書判를 중시하였다. 오늘날에 와서도 사람 됨됨이를 평가함에 있어서 이 기준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대학입학 면접시험이나 入社 면접시험에서도 대체로 이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때에도 身言書判이 그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겠다.
잘 알려진 것처럼 몸가짐과 말하기 문장력과 판단력을 일컫는 身言書判은 한사람의 성정과정에서 닦여지고 다듬어 지는 것이어서 하루 아침에 맞춤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집안 내력에서부터 성장환경 부모형제와의 관계, 인품 그리고 그 사람의 행실을 통 털어 말하는 것으로 흔히들 評判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에 대한 느낌이라는 면에서는 평판은 이미지와 비슷한 면도 있으나 평판은 이미지가 쌓이고 쌓여서 형성되는 이미지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표면적 일시적 느낌인 이미지와는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평판은 이미지와 달라서 짧은 기간 안에 바뀌거나 개선되는 것이 아니어서 사람마다 이름표처럼 자신의 評判을 짊어지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평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평판은 자신이 느끼는 평판과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 느끼는 평판이 일치할 경우에만 제대로 된 평판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귀신 잡는 海兵’이라는 평판은 해병대 스스로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 아니고 제 3자인 일반 국민들이 6.25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에서 海兵의 용맹성을 보고 해병대와 일반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海兵의 용맹성을 인정했기에 붙여진 평판인 것이다.
지난 4월 11일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평판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준 행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처럼 똑똑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선출 한 것이 아니고 평판이 좋은 사람을 선출한 선거였다.
후보 한사람 한사람의 내력과 언행이 예외없이 대내외에 다 드러나고 그것이 유권자들의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것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성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모든 사람의 언행이나 행실이 퇴적되어 겹겹이 쌓여서 역사적 자료가 되고 그 자료가 그 사람에 대한 평판으로 굳어지게 됨으로써 선거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무심코 뱉어낸 한마디 말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실제보다도 더 생생하게 들리고 장난스레 한 행동이 동영상을 보듯이 선명하게 비춰지는 시대, 모든 것이 스처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누적되어 쌓이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된 것이다.
한번 한 말과 한 행동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朱紅글씨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제 심판은 死後에 來世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現世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새삼 떠올릴 필요도 없다.
이처럼 평판은 그 스스로 역사성을 지녀 인물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왕조시대의 기록인 王朝實錄이 영화나 드라마로 재현되어 후대사람들에게 당시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여지는 것처럼 오늘날 우리의 언행도 디지털 實錄이 되어 후대에게 생생한 평가의 자료로 제공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느낌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던 이미지 시대는 지나가고 그 대신 역사성을 띤 평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12월 19일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대통령 후보군들이 언론 보도와 국민들의 입에 자천타천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이미지로 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 그 평판을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이미지는 별로인데 그 내력 즉 평판으로 보면 괜찮은 사람인 경우도 있다. 물론 이미지와 평판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하겠다.
물론 이미지는 때로는 바뀔 수도 있다. 무슨 사건과 사고가 터질때마다 기업이나 기관, 단체가 이미지 개선 전략을 세워 구성원들 모두가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경우라든지 또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람이 종교에 귀의하고 사회봉사활동에 전념하는 경우 등은 일시적 이미지 개선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이나 행실 즉 평판을 바꿀 수는 없다. 그 집안의 내력을 모두가 다 아는데, 그 사람의 행실을 다 아는데 일시적인 분장을 한다고 해서 그 내력과 행실이 바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 연말 대선에 뜻을 둔 사람은 지금이라도 자신이 살아온 내력 그리고 한 언행 등을 차분히 스스로 챙겨 볼 필요가 있다. 대선에 나서도 큰 흠이 될 평판은 없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종래까지는 ‘내가 지도자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기에 평판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변명할 경우 그냥 넘어가는 수도 없지 않았으나 이제는 평판관리를 못한 것 그 자체가 큰 흠이 되는 세상이다. 어쩌면 우리는 일생 동안 평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올 2월 성균관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은 ‘대통령의 평판 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의 바람직한 평판요인으로 소통력과 도덕성 그리고 국정 운영 능력, 경제 운용 능력, 글로벌 경영 능력 등 다섯가지를 꼽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통력과 도덕성이 대통령의 평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연구대상으로 전국의 성인남녀 10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분석한 것인데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국정운영이나 경제 운용능력 보다는 소통력과 도덕성이 대통령의 평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것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의 평판 요인 중에서 종래까지 가장 중시되어 왔던 능력, 즉 국정 운영 능력이나 경제 운용 능력은 중요한 평판요인으로 여겨지고 있기는 하나 대통령에 나서는 사람은 이 같은 능력은 일단 갖추고 있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통력과 도덕성이 대통령 선거에 가장 차별적인 요소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능력이 경쟁적 평판 요인은 될 수 있으나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통력과 도덕성은 그렇게 쉽게 높일 수 있는 평판 요인은 아니다. 후보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과 내력이 모아져서 형성된 것이고 오랫동안의 수련과 훈련의 과정을 거처야만 닦아질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통령이나 고위 선출직 공무원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그 뜻을 품은 순간부터라도 그 언행을 가다듬어 평판관리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한 말로 생각된다.
소통력과 도덕성이 대통령의 큰 평판 요인으로 등장한 것은 시대상황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국민들이 정책의 수용자로서 수동적으로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자신의 의사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전개해 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등장과 활용으로 정보의 양과 정보 전달과 수용의 방식이 크게 변화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하겠다.
종래처럼 대통령이나 정책당국자들의 일방적인 정책방향 설정에 따르기 보다는 국민들 자신이 정책의지를 갖고 이를 정책화하려는 욕구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표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국회가 여야의 극한 대립과 이념 갈등으로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는 때 국민들의 소통의 욕구는 더 커지게 마련인 것이다.
또한 소통력은 국가 정책을 국민들에게 또 야당이나 관련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설득함으로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중요한 평판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도덕성 평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또한 종래까지 ‘그 정도 지위에 있으면 그 정도의 도덕적 흠결이야 있겠지!’하고 넘어가던 시대와는 다르다. 그 정도의 지위에 있으면 일반 국민들 보다도 더 훨씬 강한 도덕성을 지녀 깨끗하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 친구, 주변 인사들까지도 깨끗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말처럼 그 사람의 도덕성은 그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 깨끗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나는 모르는 일이었어. 밑에서 한 일을 어떻게 알아!’ 이것은 변명도 아무것도 아니다.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부하 직원이나 친인척, 친구, 그리고 주변의 인사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도덕성이 대통령의 평판요인으로 강조되는 이유는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公私생활에서 모범을 보임으로써 지도자와 국민들 간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정책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재산이라고는 겨우 집 한 채 가지고 살면서도 국민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부정과 투기를 스스로 자제하면서 국가의 번영을 염원하는 뜻 있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
물론 ‘지지리 못나서 이권을 챙길 능력이나 위치에 있지도 못하고 그런 기회도 못 잡아서 그렇지 그럴 능력과 위치와 기회가 있었다면 누구든 그렇게 하지 않았겠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게는 어디다 내 놓아도 흠잡을 데 없는 대한민국의 전형적 시민으로 당당하게 살기를 원하는 자존심이 있는 것이다.
올바른 국민으로 사는 것을 자긍심으로 삼고 있는 이들 국민들에게는 능력이 출중하다고 내세우는 사람보다는 국민들과 말을 섞을 줄 아는 소통력 평판을 지닌 사람, 우직하리 만치 정직하고 깨끗한 도덕성 평판을 지닌 사람이 이번 연말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리라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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